보 름 달
보름이란
온갖 죽음이 해의 그림자를 영접하는 날
숙성된 영혼을 맞이하는 시간이다
풀벌레 우는 소리에 신화, 전설, 민담이
낙향한 손님처럼 문득 방문한다
달은 풀벌레소리를 무척 좋아했다
잡소리가 잠들면 밤공기가 퍼지는 야생의 밭
어김없이 달의 변주곡처럼 죽음이 진화한다
순수의 늪 이름하여 밤의 정신은
변화무쌍함이 살아 있는 원시의 터전
가물가물한 문명의 기억 속에
하늘로 통하는 신령한 문이 있고
어둠이, 그렇게 꽉 밤하늘을 채우면
보름달은 땅의 역사와 마주하며 성숙해 간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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